한눈에 보는 정보, 인포그래픽을 아십니까?
‘인포그래픽’ 하면 흔히 신문이나 잡지에 들어가는 한 장짜리 이미지를 떠올리는 분이 많은데, 인포그래픽의 영역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홍보·마케팅이 메인 분야고, 미디어나 각종 리포트 자료, 애널 자료 등에도 폭넓게 쓰이죠. 최근 SK텔레콤에서 LTE라는 글자를 시각화해 ‘눝’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는데, 이것 역시 가장 간단한 형태의 인포그래픽이에요. 정보를 압축된 형태로 쉽고 빠르게 전달하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죠. 정보 과잉 시대에 인포그래픽이 각광받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에요.”
인포그래픽웍스는 인포그래픽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미디어 회사로, 송정수 대표가 2011년 창업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인포그래픽웍스의 클라이언트는 SK텔레콤·현대카드·삼성생명을 필두로 한 대기업, KBS·매일경제신문·한국경제신문 등의 언론사, 기획재정부·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한 정부기관 등 다양하다.
몇 달 전에는 《빅데이터 시대 비즈니스 마케팅을 위한 인포그래픽 기획과 실전 전략》이라는 인포그래픽 관련 책도 냈다. 인포그래픽의 개념과 활용 범위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인포그래픽의 기획부터 제작 과정까지를 알려주는 개론서다.
“저희 회사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인포그래픽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어요. 저 스스로 인포그래픽을 세상에 알리는 문익점이라고 생각했죠(웃음). 그런데 지금은 홍보·광고 분야뿐 아니라 대기업·관공서에서도 저희에게 제작을 의뢰하세요. 얼마 전에는 홈쇼핑에도 진출했어요. 롯데홈쇼핑과 협업해 몇 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방송 중 등장하는 제품 정보 화면의 텍스트를 저희가 제작한 인포그래픽으로 대체한 거죠. 텍스트는 짧은 시간에 읽기도 힘들고 집중도도 떨어지지만, 인포그래픽을 활용하면 핵심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어요.”
송 대표의 말처럼 최근 몇 년 사이 인포그래픽 시장은 괄목할 만큼 성장했다. 정부의 주요 부처가 인포그래픽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주기적으로 인포그래픽 교육을 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신입사원 연수 과정에 인포그래픽 교육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온라인 선거 비용으로만 3000억원가량을 썼어요. 그중 인포그래픽이 큰 비중을 차지했죠. 오바마 진영에서 내놓은 대표적인 인포그래픽 중 하나가 ‘롬니가 대통령이 되면 당신이 살고 있는 주의 세금이 이만큼 올라갈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단순 예상치일 뿐이었는데 효과가 좋았다고 해요. 그래프나 표 자체가 가지는 신뢰성이 있기 때문이죠. 이것이 SNS의 파급력과 만나면 엄청난 홍보 효과를 불러와요.”
인포그래픽 제작 과정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 정보는 대부분 클라이언트가 가지고 있지만 제작자가 직접 리서치하는 경우도 있다. 이후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고, 메시지로 요약·가공한다. 가공된 메시지를 이미지화하는 것은 숙련된 디자이너의 몫. 스케치와 그래픽 작업, 컬러링, 디테일 작업 등을 통해 디자인이 최종 완성된다. 고안해낸 디자인을 매체에 맞게 최적화하는 것이 마지막 단계. 가령 페이스북용 인포그래픽을 만든다고 하면, 페이스북에 맞는 인포그래픽 사이즈와 한 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적절한 정보의 양, 폰트 크기까지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
인포그래픽웍스를 창업하기 전 송 대표는 유명 자동차회사에 다녔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배운 후 전공을 살려 취업한 것이다.
“회사에 다니다보니 내 일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직장을 마치곤 여러 분야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러면서 청년 CEO들과 만났습니다.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은 항상 어제 있었던 일, 좀전에 회사에서 있었던 일 같은 ‘과거’를 이야기하는데, 그 사람들은 ‘미래’를 이야기하더라고요. 앞으로 무얼 할 건지, 우리 회사가 어디로 나아가고 있는지 같은. 충격적이었어요. 그때 창업에 대한 욕심이 생겼어요. 때마침 인포그래픽의 전망을 낙관하고 있던 터라 인포그래픽을 전문으로 디자인하는 회사가 있는지 찾기 시작했죠. 그런데 없더라고요. 이거다 싶었죠.”
인포그래픽의 개념조차 모르던 고객사들 틈에서 쉽사리 성장하지 않을 것 같던 사업은 차츰 자리를 잡아갔다. 처음엔 신문기사에 실을 인포그래픽을 적은 비용으로 제작해주고, 지면에 인포그래픽웍스의 이름을 넣는 조건으로 사업의 발판을 닦았다. 그렇게 인포그래픽웍스의 이름이 알려지자 클라이언트도 늘었다.
인포그래픽웍스는 현재 자체 콘텐츠도 개발 중이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10초 인포그래픽’. 매주 최소 한 건 이상의 인포그래픽을 만들어 SNS를 통해 퍼뜨리는데, 10초 안에 정보 습득이 가능하다고 해서 10초 인포그래픽이다. 주로 시사 상식이나 이슈를 담는다. 얼마 전 인포그래픽웍스가 만든 ‘수퍼히어로 재산 순위’는 영화 <어벤져스>의 인기와 맞물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누구나 자신이 만든 인포그래픽을 업로드할 수 있는 ‘인포그래픽 플랫폼’도 만들었다. 개인은 마음에 드는 인포그래픽을 SNS를 통해 공유할 수 있고, 기업은 그들의 인포그래픽을 재사용할 수 있는 통로다.
인터뷰를 마치며 송 대표에게 인포그래픽웍스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송 대표는 사업 확장을 통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시장의 잘못된 풍토를 바로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포그래픽 디자인 분야의 선두주자로서 디자이너가 존중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싶어요. 한 해 6만 명의 디자이너가 배출되는데 그들이 취업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아요. 취업해도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 있어 언제나 ‘을’이죠. 적어도 인포그래픽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디자이너가 존중받을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선두주자가 자리를 잘 잡는 게 중요하고요. 저희 인포그래픽웍스는 작업물에 있어서 클라이언트와의 공동저작권을 추구해요. 회사의 내부적인 목표가 있다면 ‘멋있게 노는 회사’를 만들고 싶어요. 저희 회사에는 IWI(Infographicworks Innovation)라는 게 있어요. IWI는 2주에 한 번씩 여는데, 누구나 발의할 수 있는 혁신 회의예요. 업무에 대한 발의도 좋고, 조직 문화에 대한 의견을 내도 좋아요. 다 같이 멋있게 노는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죠. 아,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 콘텐츠의 고급화에 일조하고 싶어요.”